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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 On a Mild Spring Night. spring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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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9.11.01 뜨개질 4
  6. 2009.10.29 밤의 피크닉-온다리쿠
  7. 2009.10.26 진토닉
  8. 2009.10.12 글쟁이

감정의 찌꺼기

거.닐.다./+ / 2009. 11. 15. 10:09



아무렇지 않다고 느꼈다.
더 이상, 떨림도, 씁쓸함도, 원망스러움도 없었다.
그는 그대로 있었다.
나도 그대로.
다시 3개월 전으로 돌아갔다.

예의상의 웃음, 예의상의 안부.




그래. 착각이다.




어떻게 찌꺼기가 안 남았을거라 자만했는가.




언제나 한 템포 느린 나에게는 만남이 끝난 후, 천천히 밀려드는 걸.


아직도 찌꺼기들이 바닥에 살며시 가라앉아 있는 걸.
찌꺼기들이 아직 굳지 않은 걸.



시간이 지난 후, 찌꺼기들이 굳고 나면 조심스럽게 손으로 꺼내야 할 것을.

성미가 급한 나는 섣불렀다.

흐려진 마음을 다시 가라앉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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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문학동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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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아직 2권, 3권은 못 읽었다.
숨막히는 두뇌대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단서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서사가 상당히 강하구나.
덕분에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저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그리고 왠지 우리말을 하고 있는 일본인 배우들이 열심히 연기중이다.
무언가 끈적하고, 눅눅하고 개운치 못하지만, 추리소설로써의 매력을 만끽하게 하는 작품이다.
2권, 3권도 쉽게 읽힐 것 같다.





0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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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이치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성석제 (문학동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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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다.
원제는 [순정]이었다고 한다.

새로운 제목은 첫페이지를 넘기면 왜 제목이 [도망자 이치도]인지 알 수 있고,
옛 제목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왜 제목이 [순정]인지 알 수 있었다.

도망치는 인생의 연속인 이치도의 이야기이자,
도망자 이치도의 두련에 대한 지고지순한 순정이 주된 흐름이다.


사실, 선호하는 서사는 아니다. 어찌보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천하의 도둑 이치도가 사랑한 옛날 우등생 소녀 두련은 타락하고, 
그녀에게 끝까지 순정을 바치는 이치도의 이야기는 어디서 봤을 법한, 그런 이야기.
어느 만화의 내용인 듯한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 소설이 왜 이렇게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느냐.

참으로 호흡이 긴 문장 문장의 맛깔스런 입심. 그 입심이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하였다.
구성지고 흥이 나는, 풍자적이고 희화적인 성석제작가의 입심에
나는 끝까지 킬킬킬 거리면서 책장을 넘겼다.

끝까지 톡톡 튀는 개성 넘치는 인물보다 나는 성석제 작가의 이야기솜씨에 감탄하며 책장을 넘겼다.
꼭 옆에서 작가가 이야기해주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감칠맛나는 문장들.
흥겹고 신이 나며 유머러스한 그 입심.
입심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포인트는 문장의 맛이다.

구수하면서도 입안에 착착 감기는 그 문장맛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유쾌한 소설.
이야기보다는 문장 하나 하나에 집중해서 음미하시길...



참.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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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빛

거.닐.다./+ / 2009. 11. 3. 17:17





오후 4시40분쯤에서 5시로 넘어가는 11월, 
저녁빛이 비춰온다.




그 노오란 빛깔은 어둠속에서 애처롭게 빛나던 촛불을 닮았고,
그 따뜻한 빛깔은 여름날 평상위에 매달아 놓은 랜턴 불빛를 닮았고,
그 서글픈 빛깔은 헤어진 다음 날 화장실에서 혼자 꺼이 꺼이 울게 만든 백열전구를 닮았다.




딱 그 시간만큼, 느낄 수 있는 농밀한 이야기.
쓸쓸함으로 메워진 공기는 가슴을 짓누르고,
흔들림 없는 빛살에 나는 대중없이 흔들린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환히 웃음 짓던 그의 모습이 맴돌아.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음에.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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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거.닐.다./+ / 2009. 11. 1. 12:48


답지 않게 은근히 여성스러운 구석이 있는 그녀는 뜨개질을 즐긴다.

이렇게 날이 쌀쌀해지고, 낙엽 밟는 소리가 즐거워지면 포근한 뜨개질이 생각난다.

읽지도 못하는 일본서적이지만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지는 뜨개 관련 책들.

공기가 차가워지니 괜히 한 권씩 꺼내어 뒤적여본다.

아아, 예쁘다. 뜨고 싶다. 뜨개 옷들은 사기엔 괜히 아깝고 뜨자니 실값이며, 시간이며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결국 꿈틀대는 뜨개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 언젠가 욕심에 잔뜩 사두었다가 그녀의 엄마에게 뺏기고 남은 털실뭉치들을 주섬주섬 꺼낸다.

특별히 아꼈던 베이지색 램스울 실을 한 뭉치 풀어낸다. 실뭉치 속에 콕 박혀있던 끄트머리를 손가락으로 살살 찾아본다.

손끝에 걸리는 느낌. 왠지 이 실가닥을 당기면 끝이 나올 것 같아.

빙고!

꿈틀꿈틀 거리는 실 끝을 잡고 씨익 웃음짓는다. 어디다 두었더라? 코바늘도 많은 실과 함께 그녀의 엄마에게 빼앗겨 버렸구나. 남은 싸구려 코바늘에 실을 건다.

한 코 한 코 실이 걸리고 엮이는 모습을 보면 그저 신기하다. 익숙할수록 낯설고 신기하다.

그리고 똑같은 실 걸림이 이어지지만 하나의 목도리가 완성이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인간사를 비춰본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듯 똑같은 실걸림, 똑같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완성되어 가는 삶.

괜한 상념에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본다. 어이쿠! 여긴 5코인데 6코를 떴구나. 어쩐지 콧수가 맞지 않더라니, 모양이 조금 어색하더라니.
그래도 능숙한 솜씨로 그 다음 단에서 콧수를 바로 잡는다. 전체적 모양이 중요하지, 한군데,요정도 실수쯤은 괜찮아. 하며 자위한다. 찝찝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손등 힘줄이 당겨오고 허리가 욱씬거리자 고개를 들고 밖을 본다.
오늘은 이쯤만 할까? 이정도 속도면 내일이나 모레쯤 완성하겠구나.








눈이 큰 그녀에게 줄까?

그녀는 아무래도 이 목도리보단 미니 케이프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이걸 뜨고 나면 미니케이프를 하나 떠야겠다. 



그녀는 뜨개실과 바늘을 정리하고 따뜻한 차를 한 잔 태우기 위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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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온다 리쿠 (북폴리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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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줄지어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특별한 느낌인 걸까."




검은 밤이 아니었다.
하이얀 밤.
새하얀 체육복을 입고 줄지어 걷는, 아름다운 행렬이 그려졌다.

담담하게 내뱉는 말이 적당한 무게감으로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조곤조곤하면서도 어떻게 저런 표현을 쓸까, 싶은 맛깔스런 묘사들.
화려하지는 않지만 하나하나 재료 본연의 맛을 담백하면서도 감칠나게 그린 문장이 그저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였다.

서사가 강하진 않다. 그저 밋밋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중간중간 툭툭 던져진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흐트러질 법한 집중력을 잡아준다.
하나하나 살아 꿈틀거리지만, 전체적인 색을 잃지 않는 캐릭터들이 사랑스럽다.
강약 조절이 잘 된, 잘 쓰여진 이야기.

글을 보는 눈은 없지만, 온다 리쿠라는 작가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 느낀 작가의 기발함과는 또 다른 색깔의 작품.
그저 충동적으로 사게 된 책이지만, 참 잘 샀고, 참 잘 읽었다.

자리잡고 책장을 넘기면서 순식간에 집중하여 몰입한 책.

손이 시려 따뜻한 핫초코를 태웠지만, 어느 덧 식어버린 달다구리음료도 기분좋게 홀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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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토닉

거.닐.다./+ / 2009. 10. 26. 00:29


드라이진:토닉워터=1:3


레모니하고 투명한 그 마법의 액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청량함.
시원스런 촉감.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진토닉.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깔끔하고 칵테일바의 실력을 알 수 있다는, 중국집의 짱개맛 척도를 능가하는
칵테일계의 대표메뉴이자 척도.


오늘같이 시퍼런 칼날을 세우는 달빛이 유난히도 서글플 때면
호탕하게 웃으며 목넘김을 느끼는 맥주도,
쓰디쓴 한잔에 눈물도 웃음도 함께 털어 넣는 소주도,
걸죽한 소리라도 한바탕 뽑아야 할 막걸리도 아닌

맑은 소리를 또로롱,
상큼함 속에 숨은 알딸딸함에 젖어드는 진토닉 한 잔이 그리워진다.


결국 나는 내맘대로 진토닉 한 잔에 알새우칩을 섭취하며 오늘 하루가 지나감을 아쉬워한다.
그래도 한 잔 술의 힘을 빌어 쉬이 잠들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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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거.닐.다./+ / 2009. 10. 12. 19:16

어른이 되기 위한 하나의 관문에 막 다다른

격정적이던 시절.

나는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그저 책이 좋았고, 이야기가 좋았고, 글로 풀어내는 것이 좋았던 그 때.

어설프게나마 유치뽕짝 이야기들을 토해내었다.

그 때의 나에겐 그것이 유희거리였다.



시근이 들어갈 무렵,

이야기를 쓴답시고 장고(長考)를 하던 나는  내 인생이 너무도 짧고 얕아 이야기를 뱉어낼 것이 없음을 알았다.

어렵사리 쥐어짜낸 이야기가 마지막이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글쟁이가 되고 싶다는 누군가를 만나고

아스팔트 위의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시커멓게 변해버린 글쟁이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멋들어진 작가 선생이 아닌 삐쩍마르고 초라하기 그지 없으며 괴팍할지도 모를 글쟁이가 되고 싶은 것이었다.

손 끝으로 찔끔 찔렀을 뿐인데

무언가라도 게워내고 싶은 어설픈 글쟁이 본능이 솟구친다.

불기둥은 그저 불기둥일 뿐.



언젠가 인생의 무게가 더 느껴졌을 때,

메마른 입술에서 감성이 주루룩 흘러내리는 노래가 터져나오는 듯한

가벼운 듯, 무거운.

무심한 듯, 유심한 끄적거림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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