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것-안도현
거.닐.다./+ / 2014. 8. 18. 15:45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야
'거.닐.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쳐간 인연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0) | 2014.12.24 |
---|---|
근황 (2) | 2014.12.01 |
용서. (0) | 2014.07.11 |
공감능력 (2) | 2014.07.09 |
결혼 1주년 여행.(태교 여행을 겸한.) (0) | 2014.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