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헤어지고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던 나.
겉으론 멀쩡해 보일지 모르나 속은 곪아들어가고 있었다.
집안은 내 속을 들춰놓은 것 마냥 엉망이었다.
나는 그의 사진을 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봉인하듯, 어딘가 박아버렸다.
수시로, 오늘 같은 밤.
과거가 현재를 덮쳐올 때,
나는 그에게 달려가고픈 충동으로 몸부림친다.
그에게 달려가고자 하는 마음.
탐욕스럽게 그를 안는 상상을 해보곤
이내 울컥이며 슬퍼져버린다.
이 슬픔에는 누군가에 대한 미안함도, 그에 대한 미안함도 녹아 있으리라
그저 그의 손을 부서져라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예전에 늘 그래왔듯이.
그런 날은 나는 못내 거칠어지고 말지만.
그만이 알고 있을 모습들.
그래서 더욱 슬프다.
다만 슬플 뿐이다.
100217,10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