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40분쯤에서 5시로 넘어가는 11월,
저녁빛이 비춰온다.
그 노오란 빛깔은 어둠속에서 애처롭게 빛나던 촛불을 닮았고,
그 따뜻한 빛깔은 여름날 평상위에 매달아 놓은 랜턴 불빛를 닮았고,
그 서글픈 빛깔은 헤어진 다음 날 화장실에서 혼자 꺼이 꺼이 울게 만든 백열전구를 닮았다.
딱 그 시간만큼, 느낄 수 있는 농밀한 이야기.
쓸쓸함으로 메워진 공기는 가슴을 짓누르고,
흔들림 없는 빛살에 나는 대중없이 흔들린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환히 웃음 짓던 그의 모습이 맴돌아.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음에.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