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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거.닐.다./+ / 2009. 10. 12. 19:16

어른이 되기 위한 하나의 관문에 막 다다른

격정적이던 시절.

나는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그저 책이 좋았고, 이야기가 좋았고, 글로 풀어내는 것이 좋았던 그 때.

어설프게나마 유치뽕짝 이야기들을 토해내었다.

그 때의 나에겐 그것이 유희거리였다.



시근이 들어갈 무렵,

이야기를 쓴답시고 장고(長考)를 하던 나는  내 인생이 너무도 짧고 얕아 이야기를 뱉어낼 것이 없음을 알았다.

어렵사리 쥐어짜낸 이야기가 마지막이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글쟁이가 되고 싶다는 누군가를 만나고

아스팔트 위의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시커멓게 변해버린 글쟁이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멋들어진 작가 선생이 아닌 삐쩍마르고 초라하기 그지 없으며 괴팍할지도 모를 글쟁이가 되고 싶은 것이었다.

손 끝으로 찔끔 찔렀을 뿐인데

무언가라도 게워내고 싶은 어설픈 글쟁이 본능이 솟구친다.

불기둥은 그저 불기둥일 뿐.



언젠가 인생의 무게가 더 느껴졌을 때,

메마른 입술에서 감성이 주루룩 흘러내리는 노래가 터져나오는 듯한

가벼운 듯, 무거운.

무심한 듯, 유심한 끄적거림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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