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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 On a Mild Spring Night. spring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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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거.닐.다./+ / 2012. 9. 6. 16:25

며칠전있었던 일이다.

짝꿍과 지친 몸을 이끌고 얼마전 알게된 맛있는 중국집에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중국집에 주차를 하고 자리에 앉기 직전 전화벨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지만 혹시나 해서 받았더니 아파트 경비실이었다.

 

"여기 아파트 경비실인데요. 그집 고양이 시커먼거 맞지요?"

 

얼마전 경비아저씨가 지나가는 나에게 그집에 있는 시커먼거 강아지냐고 묻길래 고양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렇다 했더니 우리집 고양이가 밖에 나돌아 다니고 있다고 한다.

밖에 나와서 8층에서 잡아서 지금 경비실에 가두어 두었단다.

나는 깜짝 놀라서 언제 올수 있냐는걸 지금 5분에서 10분 사이에 도착할거라며 어정쩡하게 앉으려는 엉덩이를 일으켰다.

 

짝꿍에게 우리 루이가 밖에 나와서 지금 경비실에 있대. 라며 함께 집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분명 집안 방충망은 다 닫고 나왔으며, 루이 성격상 막 돌아다니진 않을 진대...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으로 향했다.

짝꿍은 아마도 99퍼센트는 루이가 아닐거라 했다. 나역시 그랬지만 만의 하나라는 것이 있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길을 재촉했다.

 

경비실에 도착하니 경비아저씨께서 우리집 고양이라며 보여준 아이는

우리집 루이보다 훨씬 작고 더욱 까만(!!) 코숏 아이였다.

아무리 많아도 5개월이 안되었을 작은 새끼였다. 우리 루이는 이미 만5살을 넘기고도 3개월은 더 산 은근히 한덩치 하시는 회색냥이였다. 안심이 되면서도 까만 새끼를 보니 가여웠다.

보아하니 깨끗하고 사람손을 타서인지 사람도 잘 따랐다. 내가 들어올리니 가만히 안겨있었다.

우리 고양이가 아니라고 이야기 하며 아직 새끼라고 얘기했다. 누군가 잃어버렸다면 지금 한참 찾고 있겠다 싶었다.

어차피 내가 임보를 할 형편이 전혀 되지 않아 집에 가서 루이의 존재도 확인하고 캔도 하나 가져왔다.

캔을 하나 따주니 허겁지겁 열심히 먹었다.

 

우리는 주인이 곧 찾아가기를 빌며 다시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집념의 짜장면;;;)

짜장면을 먹고 들어오면서 까만 고양이의 행방이 궁금했다. 경비아저씨와 잠시 마주쳤는데 3층에 사는 사람이 기르는 고양이 였단다. 주인이 찾을 생각도 안하고 경비아저씨들이 찾아서 데려다 줬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어제였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경비아저씨가 다시 나를 불렀다.

 "젊은이요, 고양이 버리려고 하면 어디다 버려야 하는교?"

 

나는 동물병원 같은 곳에 데려다 주면 될거라고 했다. 내가 이야기 해줄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듣자하니 원래 주인이 이녀석이 자꾸 밖으로 나가니까 키운지 한달밖에 안되었는데 그냥 버리겠다고 했단다.

어제도 밖에 나와서 4층에 어슬렁 거리는 것을 경비아저씨께서 데리고 오셨단다.

며칠전에도 아마 일부러 안찾은 것이 아닐까 싶다.

 

 

참 이쁜 아이였는데 사정상 내가 임보도, 입양처를 구해줄 형편이 안되기에(임보는 내가 입양할 각오를 하고 해야 하는 것이라.....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따.) 그저 동물병원에 데려다 주면 된다고 하고 외면하였다.

용기 없는 나도 참 그렇지만, 그렇게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거면서 입양한 그 주인도 참 미웠다.

이쁜 아이라 그런 주인이 아니라 더 좋은 주인도 쉽게 만날 수 있었을텐데 싶었다.

괜히 내가 더 속상하고 버림받은 그녀석이 안쓰러워도 아무것도 못하는 나를 보니 참 씁쓸하다.

 

 

우리집 고냥씨 엉덩이를 한대 치며

 

"루이, 넌 전생에 나라 구한줄 알아. 누나같은 주인 만난 걸 다행으로 알아라."

라고 했으나 루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궁디팡팡이나 더 해달라고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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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pring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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