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헤어지고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던 나.
겉으론 멀쩡해 보일지 모르나 속은 곪아들어가고 있었다.
집안은 내 속을 들춰놓은 것 마냥 엉망이었다.
나는 그의 사진을 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봉인하듯, 어딘가 박아버렸다.
수시로, 오늘 같은 밤.
과거가 현재를 덮쳐올 때,
나는 그에게 달려가고픈 충동으로 몸부림친다.
그에게 달려가고자 하는 마음.
탐욕스럽게 그를 안는 상상을 해보곤
이내 울컥이며 슬퍼져버린다.
이 슬픔에는 누군가에 대한 미안함도, 그에 대한 미안함도 녹아 있으리라
그저 그의 손을 부서져라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예전에 늘 그래왔듯이.
그런 날은 나는 못내 거칠어지고 말지만.
그만이 알고 있을 모습들.
그래서 더욱 슬프다.
다만 슬플 뿐이다.
어제는 정신없이, 아주(?) 오랜만에 세게 아팠다.
아침부터 영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들렀다.
낮에 잠시 회사에 들릴 때까진 그럭저럭 견딜만 했지만,
영 몸이 좋지 않아 일찍 집으로 나섰다.
오는길에 본죽에서 죽을 한 그릇 사들고 집으로 와서 이부자리에 누워버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엄청 아팠다.
열이 오르고 팔다리는 쑤시고,
속은 메스꺼워서 몇번이나 토하고,
겨우 정신차리고 약을 먹어야지 하는 생각에 죽 몇 숟갈을 뜨다가
억지로 약을 먹었지만,
결국 또다시 다 게워냈다.
너무 힘들어서 울지도 못하고 엉엉 소리만 냈다.
억지로 억지로 잠을 청해 잠이 들었다가
또 몇번이나 깨길 반복하다 결국 2시쯤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리고는 아침까지 자고 일어나니
이제사 조금 몸이 괜찮아졌다.
몸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회사일이 너무 바빠 몸을 극도로 밀어부친 탓인지
결국 이리도 심하게 아팠다.
새벽까지 일을 붙잡고 일하다 잠들었다 3-4시간 자고 새벽에 깨면 다시 일하고..
내가 내 몸을 극한까지 밀어부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일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인지 무리를 했었는데
결국 이렇게 탈이 나고야 말았다.
꼭 용수철을 힘껏 누를 수록 더 튀어 올라오듯.
몸이 조금 나아지니 또다시 일해야 할 것들이 생각난다.
혼자 사는데 아프니까 괜히 서럽고 사람이 그립더라.
나오자 마자 무슨 이유에선지 그냥 사게 된 책이었다.
그리고 처음 읽을 때는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이번 설 연휴에 다시 손에 잡게 되었다.
천천히 읽어내려간 홀리가든.
이제는 이야기가 가슴에 닿기 시작했다.
내가 그만큼 나이를 먹고, 또 사랑에 아파보았기 때문일까.
읽고 나서 가슴이 먹먹해지며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감수성이 유난히도 예민해지는 요즈음이다.
가호의 모습도, 시즈에의 모습도
더 어린 나였다면 이해하기 힘들고, 손가락질을 했을 수도 있겠다만
세상에 사람마음이라는 것이 가장 알 수 없으며,
사랑이라는 것이 절대 도덕과는 무관하게 일어날 수 있음을 느끼기에
지켜보고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이성과 감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음에
멈춰버렸다고 생각했던 나의 연애적 자아가 6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다, 싶다.
책을 빌려 읽는 것과 사서 읽는 것은 왠지 세월이 흐른 후 이런 식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 같다.
빌려읽었더라면 그저 1회성 글자놀이로 끝났을 것이다.
이 책은 몇년전에 '찰리와 초콜릿공장' 책을 샀을 때 사은품(?)으로 따라온 책이었다.
괜히 손이 안가서 안 읽고 있다가
이번 설에 천천히 읽어 보았다.
로알드 달 특유의 유머감각과 상상력이 더해진 책.
아무래도 전편만한 속편 없다는 것처럼 이 책도 전편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보다 조금 못하다고 느껴졌다.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에 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좀 산만하다.
우주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일들과, 우주 괴물, 그리고 갑자기 나이를 젊게하는 윙카바이트에 관한 이야기로
책 전체가 두 권의 다른 이야기를 합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머, 그렇지만 로알들 달 특유의 비꼬는 듯한 그 유머감은 매우 잘 살아있다.